선생님께서는 필통을 두고 연필을 비롯해 다른 도구가 쉬어가는 곳이라고 표현하시기도 했고, 또 필통이 마치 자식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하셨어요. 그 시선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지는데요. 선생님께 필통은 어떤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필통이 반려동물처럼 살아 있는 생명체는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정신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사물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도구들이 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쉬는 것처럼 필통도 많은 필기구들의 안식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필통이라는 게 인간의 정신세계를 가장 기쁘게도 해주고, 즐겁게도 해주고,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히 물건이 아니고 영감을 주는 것이기도 해요. 가만 보면 볼수록 멋있는 생김새와 더불어 회화, 조각, 서예 등에서 정말 훌륭한 예술적 가치를 느껴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요.
마지막으로 문구인들에게 필통수집가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옛날의 문방사우라는 건 ‘지필묵연’이에요. 지는 종이고, 필은 글씨를 쓸 수 있는 붓이고, 묵은 말 그대로 묵이고, 연은 벼루고요. 옛날에는 연필이나 볼펜 같은 게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문구 중에 네 가지 중심이 되는 게 다르잖아요. 붓을 쓰는 사람도 거의 없고, 심지어는 볼펜 시대도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지금의 문구는 천 가지, 만 가지죠. 요새 저도 공부를 안 하고 하니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굉장히 편리하고 좋은 게 많이 나왔을 거예요. 그러니 이 문방사우, ‘문구’라는 게 얼마나 깊은 역사와 세월을 통해서 선비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귀여움을 받아 오고 발전해 왔나요. 꼭 공부를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런 것을 귀하게 여기고, 보물처럼 생각하고 그래야 애들이 문구를 보고 귀하게 여기고 애착을 느끼고, 공부를 열심히 할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 다른 취미보다는 문구를 수집하는 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죠. 부디 문구를 아껴 쓰고, 문구에 감사하고, 사명감을 갖고 대하길 바라요. 그렇게 문화가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